황중곤, 장타자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2018.09.11 ┃ view 172 BACK TO LIST



황중곤은 겉으로 선한 이미지가 강하다.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뿔테 안경 때문에 순한 인상이 배가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안경을 쓴 이미지를 굳이 버리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경에 가려진 자신의 모습을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황중곤이 걸어온 길을 추적해보면 그 노력과 결실들을 알 수 있다.


2011년 일본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황중곤은 이름도 해외 무대에서 먼저 알렸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보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먼저 시드를 획득했다.
그리고 그해 디 오픈 출전권이 걸린 미즈노 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잠재력을 드러냈다.
이어 2012년 JGTO 카시오월드오픈에서도 우승하며 일본 무대에 연착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 투어를 병행해 활동하면서 빛나는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2014년 매일유업오픈에서 마침내 국내 첫 승을 수확했다.
그리고 지난해 메이저 대회인 KPGA선수권을 정복하며 정상급 골퍼로 발돋움했다.
국내외 무대에서 5승을 챙긴 황중곤은 지난해 KPGA투어 최저타수 부문에서 69.66타로 김승혁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과 US오픈에도 출전했다.


올해도 황중곤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어쩌면 세계 투어 최초의 안경 쓴 장타왕이 될지도 모른다.
비거리를 늘리고 있는 황중곤은 올해 JGTO 드라이브샷 비거리 302.79야드를 찍으며 4위를 달리고 있다.
필리핀 출신으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미구엘 타부에나 등은 이제 JGTO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없어 랭킹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황중곤은 지난해도 295.2야드로 드라이브샷 평균 5위를 기록했다.


장타자 변신 도운 GG스윙

황중곤은 2013년에 처음 경험한 US오픈에서 좌절을 맛보면서 비거리를 늘려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 황중곤은 “US오픈은 러프가 너무 길었다.
그렇게 긴 러프와 양잔디에서 쳐본 적이 없었다”며 “500야드로 세팅된 긴 파 4홀에서 동반자와 함께 샷을 러프에 빠뜨렸다.
동반자는 6번 아이언으로 러프에서 공을 빼냈는데, 나는 웨지보다 긴 클럽을 못 잡겠더라. 결국 세 번째 샷을 8번 아이언으로 공략했고,
동반자는 어프로치로 가볍게 공을 그린에 올렸다. 그때 거리를 늘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다짐했던 비거리 증대 프로젝트는 최근 2년 동안 결실을 맺고 있다.
GG(George Gankas) 스윙 덕분에 이제 300야드 이상의 호쾌한 장타를 뽐내며 당당히 장타자 반열에 올라섰다.
GG 스윙은 교습가 조지 간카스가 내세우는 스윙 이론이다.
황중곤은 “올해 드라이버로 따지면 비거리가 15야드 증가한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황중곤은 그동안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만 접했던 GC 스윙을 프로에게 직접 배우면서 확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황중곤은 “조민기 프로가 미국에 가서 GG 스윙을 직접 배우고 왔다. 그로부터 GG 스윙을 전수 받았는데 거리가 대폭 늘었다”고 했다.
이제 황중곤에게 드라이버는 최고의 무기가 되고 있다. 그는 “예전에도 세게 휘두른다고 휘둘렀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부드러운 스윙으로 보였다.
하지만 GG 스윙을 익힌 뒤에는 스윙 스피드가 육안으로 구분될 정도로 빨라졌다”고 으쓱했다.
황중곤은 지금 평균 스윙 스피드가 110마일(177km/h) 수준이라고 했다. 과거보다 2~3마일(2.5~3.8km/h) 증가한 수치다.


황중곤은 “지금은 멀리 치면 320야드도 보낸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드라이버 거리가 평균 20야드 이상 늘어났다.
거리가 늘어나니 짧은 파4 홀은 3번 우드로 공략할 수 있고,
넓은 홀은 드라이버를 친 뒤 짧은 아이언을 잡을 수 있어서 아무래도 이점이 늘어났다”며
장타의 장점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스윙이 바뀌다 보니 구질도 페이드에서 드로우로 자연히 바뀌었다.


GG 스윙은 하체의 힘과 회전력을 최대로 이용하는 스윙이라고 알려졌다.
미국의 다니엘 버거가 GG 스윙을 통해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2승을 수확하는 등 평균 300야드의 폭발적인 드라이버 샷을 날리고 있다.
황중곤은 GG 스윙의 핵심을 ‘어깨 회전’이라고 분석했다.
황중곤은 “예전에는 다운스윙을 할 때 클럽이 업라이트하게 내려오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GG 스윙을 통해 최대한 클럽을 눕혀서 내려오게 만들었다”며 “어깨를 열어서 임팩트 구간으로 클럽을 끌어내린다.
어깨가 막히면 아무래도 스윙 스피드를 늘릴 수 없다.
하지만 어깨를 열어주니 스윙 스피드를 높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거리가 늘면 방향성이 문제가 된다.
그렇지만 황중곤은 “방향성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좋아진 것 같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일본 무대에서 황중곤은 손꼽히는 정교한 장타자다.
베테랑 박상현조차 황중곤을 가리켜 “드라이버를 가장 멀리 똑바로 보내는 선수”라고 칭찬할 정도다.
황중곤은 이에 대해 “너무 과찬”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거리적인 부분은 확실히 늘어 자신감이 생겼다.
전반기 일본 대회 코스들이 방향성보다는 거리가 많이 나면 유리한 코스여서 올 시즌 성적이 좋다.
드라이버에 대한 자신감이 올라가니 아이언도 좋아졌다”며 수줍게 웃었다.




강해진 독기, 새로운 도약의 동력

슬로 스타터였던 황중곤은 올해 초반부터 페이스가 뜨겁다.
JGTO 파나소닉 오픈과 더 크라운에서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고,
KPGA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도 연장 끝에 준우승을 했다.
우승은 없지만 놀라운 우승 경쟁력을 뽐내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한 홀을 남기고 2타 차 선두였지만 결국 역전패한 뼈아픈 기억은 그에게 우승에 대한 강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황중곤은 최종 라운드 18번 홀 티샷을 앞두고 2타 차 선두였지만 마지막 홀에서 이해할 수 없는 홀 공략으로 더블 보기를 범한 뒤 연장 승부 끝에 준우승에 그쳤다.
뼈아픈 준우승 뒤에 나무 때문에 세컨드 샷을 그린 쪽으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모한 샷을 시도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보기로 막아도 우승을 할 수 있는데 왜 무리하게 그린 공략을 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었다.


황중곤은 “17번 홀에서 리더보드를 보려고 했는데 갤러리가 많아서 나도,
캐디백을 멨던 형도 스코어를 확인하지 못했다.
만약 알았다면 마지막 홀 티샷까지는 똑같을 텐데 세컨드 샷을 안전하게 공략했을 것이다.
18번 홀 그린에 올라가서야 리더보드를 확인했다.
2타 차 선두여서 보기를 하면 그래도 찬스가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50야드밖에 날아가지 못한 세컨드 샷에 대한 아쉬움은 가득했다.
나무 사이로 낮게 깔아 친 샷이었지만 이 미스샷이 결국 역전패를 불렀다.
황중곤은 “공을 치는 방향 쪽에 갤러리들이 있어 캐디와 마셜이 모두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탓인지 샷을 하는 순간 다시 그 자리로 나와서 보시더라.
결국 우산 안쪽에 맞은 뒤 공이 떨어졌다”고 아쉬워했다.


세 번째 샷을 그린 뒤편으로 보낸 황중곤은 그린 주변 러프에서 네 번째 샷을 했다.
처음에는 퍼터를 하려고 했는데 러프가 너무 길어 웨지를 택했다. 그러나 홀을 지나치면 내리막이라 과감하게 샷을 하지 못했고,
결국 4온2퍼트로 더블보기를 적어낸 뒤 연장전에 끌려 나가 2차전에서 탈락했다.
황중곤은 “만약 두 번째 샷이 우산에 맞지 않았더라면 그린 근처까지 갔을 것이다.
네 번째 샷 역시 비가 온 뒤라 내리막인데도 생각만큼 구르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들 때문에 연장전에서 아무리 마음을 잡으려 해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모르니까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아쉽지만 매경오픈은 ‘내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훌훌 털어버리기로 했다”고 쓴웃음을 보였다.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우승이 이어지면서 황중곤의 내면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황중곤은 마음에 들지 않는 플레이가 있으면 고쳐질 때까지 매달리는 독종 면모가 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그린에 나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퍼트 연습에 몰두하기도 했다.
그는 “연습을 하는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5시간 동안 퍼트 연습만 했더라”고 말했다.


최정상 골퍼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집중력 유지다.
‘집중력을 잃지 말자’는 황중곤의 골프 철학이기도 하다.
그는 “하루에 한 번씩 집중력이 흐트러지는데 그때 집중력을 잡을 줄 아는 사람이 훌륭한 골퍼라고 생각한다.
18홀을 돌면서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허기지면 제때 음식을 섭취하면서 집중력을 떨어지지 않게 한다.
캐디와 골프 외적인 얘기를 하면서 골프를 잠깐 잊는 게 오히려 샷을 할 때 집중도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황중곤의 올해 목표는 다승이다.
한 시즌에 한 번도 다승을 기록한 적이 없다.
그는 “세계랭킹 100위 안에 들어서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 출전하고 싶다.
그리고 조금씩 PGA투어 경험도 쌓고 싶다.
일본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메이저 우승이 목표”라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각광 받는 골퍼로 화려한 20대를 보내고 있는 황중곤.
‘서른 살이 됐을 때 20대의 황중곤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고 묻자
“나이답지 않은 차분한 프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미 황중곤은 소리 없이 강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각인되고 있다.


◇황중곤 profile
생년월일 : 1992년 5월 16일
신체조건 : 178cm, 78kg
프로 데뷔 : 2011년
프로 우승 : 5승(KPGA 2승, JGTO 3승)
장기 : 드라이버 샷
별명 : 도라에몽 진구
주요이력 : 2011년 미즈노 오픈 우승, 2017년 메이저 KPGA선수권 우승, 2017년 KPGA투어 평균 타수 2위(69.66타)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